가을철 등산이나 벌초 중 예초기 소리에 놀라 땅속에서 벌 떼가 ‘와-’ 하고 쏟아져 나오는 끔찍한 상상.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죠. 우리는 흔히 ‘벌에 쏘였다’고 뭉뚱그려 말하지만, 어떤 종류의 벌에게 쏘였느냐에 따라 그 위험성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최강의 전투력을 가진 벌은 누구일까요? 많은 분들이 ‘크기가 가장 큰 장수말벌이 제일 위험하지 않을까?’라고 짐작하실 겁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리에게 가장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숨은 강자는 바로 ‘땅벌’입니다. 오늘은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벌들의 위험성을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1. 작지만 따끔한 일침, 꿀벌
먼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꿀벌입니다.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외모 때문에 얕보기 쉽지만, 꿀벌의 침에도 엄연히 봉독이 들어있어 쏘이면 상당한 통증과 부기를 유발합니다. 꿀벌의 가장 큰 특징은 침 끝에 갈고리 모양의 미늘이 달려있어, 한번 피부를 쏘고 나면 침이 빠지지 않고 내장까지 함께 뜯겨나가 죽게 된다는 점입니다.
즉, 꿀벌은 자신의 목숨을 건 단 한 번의 공격만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꿀벌은 정말 자신의 생명이나 벌집이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고 느끼지 않는 이상, 섣불리 사람을 공격하지 않습니다. 물론,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단 한 방도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절대 얕봐서는 안 될 상대입니다.
2. 하늘의 무법자, 장수말벌
명실상부한 곤충 세계의 최상위 포식자. 성인 남성 엄지손가락만 한 거대한 크기와 ‘윙-’ 하는 둔탁한 비행 소리만으로도 공포심을 자아냅니다. 장수말벌 한 마리가 가진 독의 양은 꿀벌의 수십 배에 달하며, 주삿바늘처럼 단단하고 매끈한 침은 꿀벌과 달리 여러 번 반복해서 쏠 수 있습니다.
장수말벌의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이 ‘독의 양’입니다. 한 방에 주입되는 독의 양이 워낙 많기 때문에, 여러 방을 쏘이게 되면 알레르기가 없는 건강한 성인이라도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장수말벌은 비교적 눈에 잘 띄는 높은 나뭇가지나 처마 밑에 집을 짓고, 섣불리 먼저 공격하지 않는 신중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3. 보이지 않는 지뢰, 땅벌
이제 오늘의 주인공, 땅벌을 만나볼 시간입니다. 땅벌은 말벌과에 속하지만 크기는 꿀벌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작습니다. 노란색과 검은색의 선명한 무늬가 특징이죠. 이 작은 벌이 장수말벌보다 더 위험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두 가지 치명적인 습성 때문입니다. 첫째, 이름처럼 ‘땅속’에 집을 짓는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등산로나 묘지 주변을 무심코 걷다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 발밑에 있는 녀석들의 집을 건드리게 되는 것이죠. 둘째, 땅벌은 말벌 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이고 집요한 성격을 가졌습니다. 한번 위협을 느끼면 수십, 수백 마리가 순식간에 벌집 밖으로 쏟아져 나와, 목표물이 사라질 때까지 끈질기게 집단 공격을 퍼붓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예고 없이, 집단으로 공격한다는 점. 이것이 바로 땅벌을 최악의 상대로 만드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진짜 최강자는?
한 방의 ‘파괴력’만 놓고 본다면 단연 ‘장수말벌’이 최강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마주칠 확률과 공격을 받았을 때의 피해 심각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가장 위험한 벌’의 자리는 ‘땅벌’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장수말벌의 공격은 어느 정도 예측하고 피할 수 있는 ‘전면전’에 가깝다면, 땅벌의 공격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지는 ‘지뢰’와도 같습니다. 독의 양은 장수말벌보다 적을지 몰라도, 수십 방을 동시에 쏘였을 때 우리 몸이 받게 되는 총 독의 양과 충격은 장수말벌 못지않게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야외 활동 시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바로 발밑의 땅벌입니다.
쏘였다면, 이렇게 대처하세요!
어떤 벌에 쏘였든, 응급처치 방법은 동일합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추가 공격을 피하기 위해 즉시 그 장소에서 최소 20~30미터 이상 벗어나는 것입니다. 안전한 곳으로 피했다면, 피부에 벌침이 박혀있는지 확인하고, 침이 보인다면 손톱이나 신용카드로 살살 긁어서 빼내야 합니다.
이후에는 쏘인 부위를 깨끗한 물로 씻고 얼음찜질을 하여 통증과 부기를 가라앉힌 뒤, 항히스타민제 연고를 바르거나 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어지럼증, 호흡 곤란, 전신 두드러기 등 알레르기 반응(아나필락시스)이 나타난다면, 이는 1분 1초가 위급한 상황이므로 즉시 119에 신고하여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쌍살벌’도 위험한가요?
A. 쌍살벌은 긴 다리를 늘어뜨리고 느리게 날아다니는 벌로, 말벌과에 속하지만 공격성이 비교적 약한 편입니다. 직접적으로 벌집을 건드리거나 위협하지 않는 이상 먼저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Q. 벌의 종류를 구별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A. 맞습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벌의 종류를 정확히 구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가장 좋은 해결책은, 어떤 종류의 벌이든 상관없이 ‘자극하지 않고, 조용히, 천천히 피하는 것’이라는 안전 수칙을 지키는 것입니다.
Q. 벌초할 때 땅벌집을 피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A. 예초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5분 정도 시간을 갖고 묘지 주변을 조용히 살펴보세요. 벌들이 특정 지점의 땅 주변을 유독 분주하게 들락날락하는 곳이 있다면, 그곳에 땅벌집이 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곳은 피해서 작업하거나, 119에 신고하여 안전하게 제거한 뒤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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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과 꿀벌 독성 비교 실험 영상으로, 독침 구조 및 독성 성분 차이와 함께 독성 자체는 꿀벌이 강하지만 독 양이 많아 말벌에게 쏘였을 때 더 위험한 이유를 설명합니다. - 반전 실험 결과! 🐝 꿀벌과 말벌의 독 중 더 강한 것은? - YouTube
꿀벌과 말벌의 독 성분과 독침 차이를 분석하며, 꿀벌 독성은 강하지만 말벌 독의 양이 많아 더 치명적일 수 있음을 과학적 실험 결과로 비교합니다. - 14. 벌과 말벌의 독은 다르다? - 네이버 지식채널
벌과 말벌 독성 차이, 독 성분 및 작용 원리, 쏘였을 때 증상과 응급처치 방법을 화학적으로 설명하며, 장수말벌 등 독성 강한 벌에 대한 위험성을 다룹니다. - 말벌 - 나무위키
말벌과 땅벌, 꿀벌의 생태와 독성, 공격성 차이 및 독 양 비교를 통해 어떤 벌이 더 위험한지 상세히 설명합니다. - 벌의 종류와 공격 대처법, 벌에 쏘였을 때 응급처치 요령 - 산수유람
땅벌, 말벌, 꿀벌 각각의 특징과 독성, 공격성 차이와 함께 쏘였을 때 응급처치 방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안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