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창문이나 방충망에 까만 벌레 두 마리가 꼭 붙어 어설프게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불쾌감에 인상을 찌푸린 경험, 최근 들어 부쩍 많아지셨을 겁니다. 로맨틱한 ‘러브버그’라는 이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징그러운 모습에, “왜 저들은 항상 저렇게 붙어 다닐까?” 하는 의문과 짜증 섞인 마음으로 이 글을 찾아오셨을 겁니다.
하지만 그 기이한 모습은 사실 사랑의 비행이 아닌, 다음 세대를 남기기 위한 수컷의 처절하고도 필사적인 생존 전략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들의 기나긴 합체 비행은 한 번 짝을 만난 암컷을 다른 수컷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는 수컷의 눈물겨운 ‘아내 지키기’입니다. 이 놀라운 번식의 비밀을 이해하는 것이, 이 불청객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를 없애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첫걸음입니다.
사랑의 비행? 사실은 치열한 생존 경쟁
우리가 보는 러브버그의 합체 비행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이는 수컷들의 아주 치열한 경쟁의 결과물입니다. 러브버그 수컷은 갓 성충이 된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공중에서 거대한 무리를 이루어 기다립니다. 그리고 암컷이 나타나는 순간, 가장 발 빠른 수컷이 암컷을 차지하고 즉시 짝짓기를 시작하죠.
진짜 드라마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짝짓기에 성공한 수컷은 다른 경쟁자들에게 암컷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짝짓기가 끝난 후에도 암컷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암컷이 알을 낳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유전자만이 전달되도록 철통같이 경호하는 것입니다. 먹이를 먹을 때도, 날아다닐 때도, 심지어 암컷이 죽은 뒤에도 한동안 붙어있는 이 모습은, 사랑이 아닌 종족 번식을 위한 수컷의 처절한 본능인 셈입니다.
이 불청객의 진짜 정체
‘러브버그’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이 곤충의 정식 명칭은 ‘붉은등우단털파리’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딱정벌레가 아닌 ‘파리’의 한 종류이며, 원래는 중앙아메리카 지역에 살던 외래종입니다. 이들이 어떻게 우리나라까지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항공기나 선박 등을 통해 유입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많은 분들이 해충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러브버그는 생태계에 이로운 역할을 하는 ‘익충’에 더 가깝습니다. 애벌레 시절에는 땅속에서 썩은 낙엽이나 유기물을 분해하여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청소부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다만,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수가 한꺼번에 나타나 우리에게 불쾌감을 주기 때문에 ‘혐오 해충’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사람에게 해로운가요?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징그러운 외모 때문에 왠지 해로울 것 같다는 걱정이 들지만, 다행히도 러브버그는 인간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이들은 사람을 물거나 쏘지 않으며, 질병을 옮기지도 않는, 위생적으로는 무해한 곤충입니다.
느릿느릿하고 어설프게 날아다녀 손으로 쳐내기도 쉽습니다. 독성이 없어 만지거나 밟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이처럼 러브버그는 우리에게 ‘심리적 불쾌감’을 주는 것 외에는 특별한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과도한 공포심을 없애는 가장 확실한 해결책입니다.
살충제, 과연 최선일까?
창문에 새까맣게 달라붙은 러브버그 떼를 보고 가장 먼저 살충제부터 찾게 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살충제를 뿌리는 것은 이들과의 전쟁에서 결코 최선의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러브버그의 성충 수명은 길어야 3~5일 정도로 매우 짧습니다. 오늘 보이는 녀석들은 며칠 뒤면 자연스럽게 사라지지만, 땅속에서는 새로운 개체들이 계속해서 깨어나고 있죠. 살충제로 눈앞의 몇 마리를 잡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는,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입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화학 약품만 공기 중에 퍼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철벽 방어술
그렇다면 이 성가신 방문객을 막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바로 ‘물리적인 차단’에 있습니다. 러브버그는 비행 실력이 매우 서툴고 움직임이 둔하기 때문에, 아주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실내 침입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바로 ‘방충망 점검 및 보수’입니다. 찢어진 곳은 없는지, 창틀과 방충망 사이에 틈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보수해주세요. 또한, 이들은 밝은색과 빛을 좋아하므로, 밤에는 불필요한 실외 조명을 끄거나 커튼을 쳐서 빛이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것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출입문은 최대한 빨리 여닫는 습관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실내에서 마주칠 확률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왜 특정 시기에만 이렇게 많이 보이나요?
A. 러브버그는 애벌레 상태로 땅속에서 지내다가, 장마철 직전의 높은 습도와 온도가 갖춰지면 일제히 성충으로 깨어나는 습성이 있습니다.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다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Q. 차에 자꾸 달라붙는데, 괜찮은가요?
A. 자동차 배기가스에 포함된 특정 성분을 좋아하고, 밝은색 차체에 이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죽은 러브버그의 사체는 산성을 띠어 자동차 도장 면을 부식시킬 수 있으므로, 많이 붙었다면 가급적 빨리 세차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Q. 물을 뿌리면 효과가 있나요?
A. 네, 효과가 있습니다. 러브버그는 몸에 물이 닿는 것을 매우 싫어합니다. 방충망이나 외벽에 많이 붙어있다면, 분무기나 호스로 물을 뿌려주면 쉽게 쫓아낼 수 있는 임시방편이 됩니다.
러브버그, 사람에게 해로운 벌레일까? (익충 vs 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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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문턱, 어느 날 갑자기 방충망이나 현관문에 새까맣게 달라붙어 있는 정체불명의 벌레 떼. 심지어 두 마리가 항상 꼭 붙어 다니는 기괴한 모습에 불쾌감과 함께 ‘혹시 해로운 벌레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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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러브버그가 붙어다니는 이유 - 티스토리
러브버그는 짝짓기 시작과 함께 붙어 비행하며, 짝짓기 후에도 암컷이 안전하게 산란할 때까지 수컷이 보호하는 번식 전략을 보입니다. - 사방이 러브버그...넌 어디서 왔니? 생애와 퇴치법까지 - 티스토리
러브버그 암수는 2~3일간 붙어 짝짓기를 하며, 번식 활동 대부분을 짝과 함께 지내는 습성에 따라 이름이 붙었습니다. - 러브 버그 수명은? 완벽 정리 - 21킬로톤
성충 러브버그는 48시간 이상 짝짓기하며, 수컷이 암컷을 독점해 번식 경쟁을 막고 짧은 성충 기간 동안 산란합니다. - 30화 그 많던 러브버그, 어디 갔을까? - 브런치
러브버그는 3~5일의 짧은 성충 기간 동안 거의 계속 붙어있어 짝짓기가 끝나면 죽으며, 짝짓기 행동에서 이름이 유래됐습니다. - 붉은등우단털파리 - 나무위키
붉은등우단털파리 등 러브버그와 유사한 파리는 짝짓기 후에도 붙어다니는 습성이 있어 구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