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이이이이---"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귀를 찢을 듯한 말매미의 울음소리. 한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이 소리를 들으면 어떤 분은 '여름이 왔구나' 하시지만, 또 어떤 분은 '나무들이 괴로워서 지르는 비명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십니다. 특히 아파트 화단이나 공원 나무에 매미 허물이 잔뜩 붙어있는 것을 보면 이런 걱정은 더 커지죠.
이 시끄러운 여름 손님은 과연 나무를 해치는 '해충'일까요, 아니면 자연에 이로움을 주는 '익충'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말매미는 동전의 양면처럼 '해를 끼치는 면'과 '이로움을 주는 면'을 모두 가진, 생태계의 복잡한 배우입니다.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역할이 완전히 달라지는 셈이죠.
나무에게는 성가신 손님
먼저 나무의 입장에서 말매미의 삶을 들여다보겠습니다. 땅 위로 올라온 성충 말매미는 뾰족한 주사기 같은 입을 나무줄기에 꽂아 수액을 빨아먹고 삽니다. 수십, 수백 마리가 한 나무에 붙어 수액을 빨아대니, 어린 나무나 건강이 좋지 않은 나무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성충이 수액을 빠는 것보다 더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행동은 바로 '알 낳기'입니다. 암컷 말매미는 자신의 뾰족한 산란관을 이용해 살아있는 나뭇가지의 껍질을 뚫고 그 안에 알을 낳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지에 상처가 생기고, 수분과 영양분 통로가 파괴되어 가지 끝이 말라 죽는 '산란 피해'가 발생합니다. 여름이 끝난 뒤 갈색으로 변해 말라버린 나뭇가지들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땅속의 오랜 이웃, 애벌레
말매미의 삶 대부분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땅으로 내려가 무려 5년에서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나무뿌리의 수액을 먹으며 성장합니다. 이 또한 나무의 영양분을 빼앗는 행위이므로, 해로운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하게 자란 큰 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수많은 뿌리 중 일부의 수액을 오랜 기간 조금씩 내어주는 것은 큰 위협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수많은 애벌레가 땅속을 돌아다니며 흙에 공기가 통하는 길을 만들어주는, 땅을 부드럽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나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세금'을 내는 셈이라고 볼 수 있죠.
숲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
이제 시야를 넓혀 숲 전체의 입장에서 말매미를 바라보겠습니다. 한여름, 수많은 매미가 한꺼번에 땅 위로 올라오는 것은 숲속 동물들에게는 그야말로 '뷔페'가 열리는 것과 같습니다. 새, 다람쥐, 사마귀, 거미 등 수많은 포식자들이 말매미를 주식으로 삼습니다.
특히 새끼를 키우는 어미 새에게 고단백 영양간식인 매미는 아주 중요한 먹잇감입니다. 이처럼 말매미는 숲속 먹이사슬의 중간 단계에서 에너지를 순환시키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만약 매미가 사라진다면, 그들을 먹이로 삼던 수많은 생명체 역시 생존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해충? 익충? 결론은
자, 그럼 최종 결론을 내려볼까요? 말매미는 해충일까요, 익충일까요? 정답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입니다. 내가 애지중지 가꾸는 정원수나 과일나무의 입장에서 본다면, 가지를 말라 죽게 만드는 명백한 '해충'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숲이라는 생태계 전체의 시각에서 본다면, 다른 생명체의 중요한 먹이가 되어주고 죽어서는 흙의 영양분이 되는, 없어서는 안 될 '익충'이자 생태계의 일원입니다. 즉, 말매미는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순환 과정에서 주어진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생명체인 것입니다.
우리와의 공존을 위한 지혜
우리가 말매미의 울음소리 때문에, 혹은 나뭇가지가 마르는 것 때문에 무작정 살충제를 뿌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말매미뿐만 아니라 그들을 먹이로 삼는 새들과 다른 이로운 곤충들까지 모두 사라지는, 생태계 전체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 가꾸는 나무의 피해가 걱정된다면, 살충제보다는 매미의 산란으로 말라버린 가지를 가을에 잘라주는(전지) 것이 훨씬 현명한 관리 방법입니다. 조금 시끄럽더라도, 말매미의 우렁찬 울음소리를 건강한 여름 숲이 보내는 활기찬 신호로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자주 묻는 질문 (FAQ)
Q. 말매미는 사람을 물거나 쏘기도 하나요?
A.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매미의 입은 나무 수액을 빨기 위한 '주사기' 형태일 뿐, 사람을 물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또한 벌처럼 침을 가지고 있지도 않아 사람에게는 아무런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는 안전한 곤충입니다.
Q. 왜 도시에서 매미 소리가 더 시끄럽게 느껴질까요?
A.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도시의 '열섬 현상'으로 기온이 높아 매미가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밤에도 가로등 불빛 때문에 낮과 밤을 혼동하여 더 오래 울기도 합니다. 또한, 주변에 소리를 흡수해 줄 숲이 부족하여 소리가 건물 벽에 반사되어 더 크게 들리는 효과도 있습니다.
Q. 매미 허물은 그냥 둬도 괜찮나요?
A. 네, 괜찮습니다. 매미 허물은 단백질로 이루어진 자연적인 물질이라 시간이 지나면 비바람에 씻겨 내려가 자연스럽게 분해되어 흙의 거름이 됩니다. 일부러 떼어낼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말매미 vs 참매미 vs 유지매미, 소리만 듣고 1분 만에 구별하는 법
말매미 vs 참매미 vs 유지매미, 소리만 듣고 1분 만에 구별하는 법
여름의 한복판, 창문을 열면 어김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매미들의 합창 소리. 어떤 녀석은 귀가 따가울 정도로 시끄럽고, 어떤 녀석은 어쩐지 정겹게 들리기도 합니다. "다 똑같은 매미 아니야?"
ths.sstory.kr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말매미 (atrata) - 농사로
말매미는 뿌리와 가지를 가해해 사과나무 등 과수에 경제적 피해를 주는 해충이며, 산란으로 과실 품질 저하 원인이 됩니다. - 말매미 - 나무위키
말매미는 과실에 알을 낳아 상품 가치를 떨어뜨리는 해충성이 있지만, 동시에 다양한 천적과 먹이 사슬 내 역할도 수행합니다. - 말매미 - 산림병해충 DB - 산림청
말매미는 뿌리를 가해하고 산란으로 수목 생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해충으로 분류되며, 방제 작업이 요구됩니다. - 말매미의 해로운 영향 - PictureInsect
엽상과 줄기 액체를 빨아 식물의 수분과 영양 공급을 방해하며, 식물의 건강 악화와 고사 현상을 유발합니다. - 말매미(말매미과), 참매미, 애매미, 꽃매미... - 티스토리
말매미는 해충이지만 생태계 내 먹이 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개체 수 조절과 자연 균형 유지에 일부 기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