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턱으로 위엄을 뽐내는 왕사슴벌레 수컷과, 작고 귀여운 암컷 한 쌍. 이 멋진 곤충들을 키우다 보면 자연스레 다음 세대를 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됩니다. 하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암수를 합사했다가, 수컷이 암컷을 공격하는 끔찍한 비극을 겪을까 봐 두려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성공적인 페어링의 열쇠는 무작정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두 친구가 ‘사랑할 준비’를 마칠 때까지 기다려주고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세심한 배려’에 있습니다.
‘결혼식 날이 악몽이 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으로 짝을 맺어주는 일을 망설이고 계셨다면, 더 이상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직접 수많은 생명을 탄생시키며 터득한, 암컷의 안전은 100% 보장하고 성공률은 최대로 끌어올리는 가장 확실한 비법을 지금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충분히 먹고 충분히 쉬었나요?
초보 집사들이 저지르는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바로 ‘성급함’입니다. 번데기에서 막 우화하여 성충이 된 왕사슴벌레는 겉모습만 어른일 뿐, 사람으로 치면 아직 몸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과 같습니다. 이 시기의 곤충들은 짝짓기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수컷은 미성숙한 상태에서 암컷을 만나면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짝짓기를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바로 ‘충분한 휴식과 영양 보충’입니다. 성충이 된 후 최소 1~2개월 이상, 스스로 땅 위로 올라와 젤리를 활발하게 먹기 시작할 때까지 개별 사육하며 충분히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이 ‘후식 기간’을 거쳐야만 암수 모두 생식 능력이 완성되어 안전하고 성공적인 짝짓기가 가능합니다.
소개팅 장소는 넓고 안전하게
두 친구가 충분히 성숙했다면, 이제 드디어 첫 만남을 주선할 차례입니다. 이때 좁고 텅 빈 통에 두 마리를 그냥 툭 던져 넣는 것은 최악의 방법입니다. 만약 수컷이 공격성을 보일 경우, 암컷이 도망쳐 숨을 곳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해결책은 두 마리가 함께 지낼 ‘신방’을 최대한 자연과 비슷하게 꾸며주는 것입니다. 바닥에는 촉촉한 톱밥을 깔아주고, 암컷이 몸을 숨길 수 있는 나무껍질이나 낙엽, 놀이목 등을 여러 개 넣어주세요. 이렇게 안전한 은신처를 마련해 주면, 암컷은 스트레스를 덜 받고, 수컷의 공격성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어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짝짓기가 이루어질 확률이 훨씬 높아집니다.
수컷의 난폭함을 잠재우는 비법
아무리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어도, 간혹 성격이 유난히 난폭한 수컷이 암컷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암컷의 안전을 100% 보장할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비법이 있습니다. 바로 수컷의 가장 큰 무기인 ‘큰 턱을 잠시 묶어두는 것’입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부드러운 실이나 얇은 철사를 이용해 수컷의 큰 턱이 벌어지지 않도록 가볍게 한두 번 감아주기만 하면 됩니다. 이는 수컷에게 전혀 고통을 주지 않으면서, 암컷을 물어 죽이는 최악의 사태를 원천적으로 막아주는 최고의 안전장치입니다. 합사 기간인 2~3일 동안만 이렇게 해두면, 암컷의 안전을 완벽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
사랑의 신호, 짝짓기 가드란?
두 곤충이 성공적으로 짝을 맺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운이 좋다면 수컷이 암컷 위에 올라타 ‘L’자 모양으로 짝짓기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못 보는 사이에 일이 끝나는 경우가 더 많죠. 이때 가장 확실한 성공의 증거가 바로 ‘짝짓기 가드(Mate guarding)’ 행동입니다.
짝짓기를 마친 수컷은 다른 수컷이 자신의 신부를 채어가지 못하도록, 한동안 암컷 곁에 머물며 큰 턱으로 암컷을 살짝 잡고 다니거나 주변을 지키는 행동을 합니다. 이는 ‘이 암컷은 내 짝이다!’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모습을 발견했다면, 이제 두 친구를 분리해 줄 때가 되었다는 반가운 신호입니다.
성공했다면, 쿨하게 헤어지세요
짝짓기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해서 두 마리를 계속 함께 두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임무를 완수한 수컷은 더 이상 암컷에게 필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계속된 동거는 암컷에게 스트레스를 주거나 불필요한 싸움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짝짓기가 확인되면, 이제 암컷이 오롯이 알 낳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수컷은 원래 살던 단독 사육장으로 돌려보내 주세요. 암컷은 충분한 영양을 섭취한 후, 우리가 미리 준비해 둔 ‘산란 세팅’(산란목과 발효톱밥으로 꾸민 통)에 소중한 알들을 낳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 쿨한 헤어짐이야말로 다음 세대를 위한 최고의 배려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합사는 보통 며칠 정도 시키는 게 좋은가요?
A. 두 마리의 상태가 좋고 환경이 잘 갖춰졌다면 보통 2~3일에서 길게는 일주일 정도면 충분합니다. 너무 오래 함께 두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니, 짝짓기 가드 행동이 보이거나 며칠간 특별한 진전이 없다면 분리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Q. 수컷 턱을 묶었는데도 계속 암컷을 괴롭혀요. 어떻게 하죠?
A. 둘 중 하나, 혹은 둘 다 아직 짝짓기 준비가 덜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억지로 함께 두지 마시고 즉시 분리한 뒤, 각각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며 1~2주 정도 시간을 두고 다시 시도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Q. 암컷이 알을 낳았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
A. 산란 세팅을 해준 통의 옆면이나 바닥을 보면, 암컷이 갉아놓은 산란목 조각들 사이로 작고 하얀 타원형의 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자주 들여다보는 것은 암컷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으니, 한 달 정도 조용히 기다린 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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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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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이 암컷을 인식하면 생식기를 꺼내며 페어링을 시도하므로, T자 포지션으로 잡아주고 도망가지 못하게 하면 성공률이 높아진다. - 왕사슴벌레 사육법 [1. 개별사육과 짝짓기를 위한 합사 사육]
합사는 산란목과 함께 톱밥이 깔린 사육통에서 진행하며, 공격성 있는 수컷은 핸드페어링 후 분리하는 것이 안전하다. - 암컷을 두동강내는 폭군 사슴벌레를 막는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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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사 전 수컷과 암컷을 각각 단독 사육하며 건강을 유지하고, 5~7일 내 짝짓기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분리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