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이나 타란튤라 같은 특별한 반려동물의 집사라면, 매번 살아있는 '귀뚜라미'를 사러 가는 번거로움을 잘 아실 겁니다. 비싼 가격은 둘째치고, 사 온 지 며칠 만에 절반 이상이 죽어버리거나 특유의 냄새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시죠?
"이 살아있는 고단백 간식을 집에서 직접 무한 리필할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 왠지 전문적인 장비와 지식이 필요할 것 같아 지레 겁부터 먹게 됩니다. 하지만 당신의 편견과 달리, 이 작은 생명체를 기르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살아있는 농사' 중 하나입니다. 그 비결은 바로 이 친구들의 아주 단순한 두 가지 본능, '숨고 싶어 하는 습성'과 '건조한 환경'을 존중해 주는 데 있습니다.
꼬물이들의 스위트홈, 넓고 높은 아파트
우리가 샵에서 귀뚜라미를 사 올 때 담겨있는 작은 플라스틱 통은 사실 '임시 거처'일 뿐, 장기적으로 살기에는 최악의 환경입니다.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수가 갇혀있으니, 서로 스트레스를 받아 뜯어먹고, 배설물로 금방 오염되어 폐사하는 것이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넓고 높은 집'으로 이사시켜 주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뚜껑이 있는 대형 플라스틱 '리빙박스'입니다. 중요한 것은 바닥 면적이 아니라 '높이'입니다. 귀뚜라미는 점프력이 뛰어나고 벽을 잘 기어오르기 때문에, 벽이 충분히 높고 매끄러워야 탈출을 막을 수 있습니다. 바닥에는 아무것도 깔지 않는 것이 위생 관리에 더 편리하며, 이것이 바로 건강한 사육 환경의 첫걸음입니다.
최고의 은신처, 계란판의 마법
넓은 집을 마련해 주었다고 끝이 아닙니다. 귀뚜라미는 원래 어둡고 구석진 곳에 숨어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은둔자'입니다. 탁 트인 공간에 그대로 두면 안절부절못하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마법의 아이템, '계란판'입니다.
계란판을 사육통 안에 수직으로, 혹은 겹쳐서 넉넉하게 넣어주세요. 계란판의 울퉁불퉁한 구조는 귀뚜라미들에게 수많은 개인 공간과 비밀 아지트를 제공합니다. 이는 단순히 숨을 곳을 넘어, 사육 공간의 표면적을 몇 배로 늘려주어 과밀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입니다. 이 계란판 아파트 단지가 바로 평화로운 귀뚜라미 왕국을 만드는 핵심 비결입니다.
주식과 특별 간식, 현명한 수분 공급
이제 먹이 문제입니다. 가장 좋은 주식은 어분이나 곡물가루를 기반으로 한 '전용 사료'나, 구하기 쉬운 '물고기 사료'를 빻아서 주는 것입니다. 바닥에 얕은 접시를 두고 그 위에 뿌려주면 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수분 공급'입니다. 물그릇을 넣어주면 100% 빠져 죽기 때문에 절대 금물입니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수분이 많은 채소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배추 잎이나 당근, 애호박, 상추 조각을 2~3일에 한 번씩 넣어주세요. 귀뚜라미들은 이 채소를 갉아먹으며 필요한 모든 수분을 안전하게 섭취합니다. 단, 채소가 썩기 시작하면 냄새와 질병의 원인이 되므로, 하루 이틀 뒤에는 반드시 낡은 채소를 꺼내고 새것으로 교체해 주어야 합니다.
무한 리필의 시작, 산란장 만들기
어느 정도 귀뚜라미들이 자라 성충이 되면, 이제 당신의 '무한 리필 농장'을 만들 차례입니다. 암컷 귀뚜라미는 꽁무니에 길고 뾰족한 '산란관'을 가지고 있는데, 이 관을 꽂을 수 있는 촉촉한 흙이 없으면 알을 낳지 못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은 반찬 통이나 용기에 '코코피트'나 '에코어스' 같은 파충류용 바닥재를 담고 물을 부어 촉촉하게 만들어주세요. 그리고 이 '산란장'을 사육통 한구석에 놓아두면, 암컷들은 그곳에 산란관을 꽂고 수백 개의 알을 낳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다음 세대를 기약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입니다.
가장 큰 적, 악취와의 전쟁
귀뚜라미 사육을 포기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냄새'입니다. 이 악취의 주범은 바로 '습기'와 '사체', 그리고 '썩은 먹이'입니다. 즉, 이 세 가지만 관리하면 냄새 문제는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해결책은 사육 환경을 최대한 '건조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물을 직접 뿌려주지 말고, 오직 채소를 통해서만 수분을 공급하세요. 그리고 매일 한 번씩은 죽은 개체나 먹고 남은 채소 찌꺼기를 핀셋으로 제거해주는 부지런함이 필요합니다. 이 작은 청결 습관이 당신의 곤충 농장을 쾌적하게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귀뚜라미 소리가 너무 시끄럽지 않나요?
A. 네, 성숙한 수컷 귀뚜라미는 날개를 비벼 소리를 내어 암컷을 유혹합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여러 마리가 함께 울면 꽤 큰 소리가 날 수 있습니다. 소음에 민감하시다면 침실과 떨어진 곳에 사육통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자꾸 서로 잡아먹는데, 왜 그런가요?
A. 단백질이나 수분이 부족하거나, 은신처가 부족하여 스트레스를 받을 때 동족 포식(카니발리즘) 현상이 나타납니다. 충분한 사료와 신선한 채소를 공급하고, 계란판을 넉넉하게 넣어주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됩니다.
Q. 알은 얼마나 지나야 부화하나요?
A. 온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5~30도 정도의 따뜻한 환경에서 약 10일에서 2주 정도 지나면 아주 작은 아기 귀뚜라미들이 부화하기 시작합니다. 부화한 아기들을 위한 사육통을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집에서 귀뚜라미 키우기: 성공적인 사육을 위한 가이드 - 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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