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잎사귀에 꼭 붙어있는 싱그러운 연두색 번데기, 그리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매달린 마른 잎사귀 같은 갈색 번데기. 똑같은 호랑나비 애벌레에서 변한 것인데, 왜 어떤 번데기는 초록색이고 어떤 번데기는 갈색일까요? 혹시 암컷과 수컷의 차이일까요? 아니면 먹이의 종류가 달라서일까요?
이 알록달록한 번데기의 비밀을 궁금해하셨다면, 오늘 제대로 찾아오셨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색깔의 차이는 성별이나 먹이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바로 호랑나비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주변 환경에 맞춰 옷을 갈아입는, 놀라운 '보호색' 전략입니다.
일생일대의 가장 위험한 시기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는 '번데기' 시기는, 겉보기에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사실 나비의 일생에서 가장 무방비하고 위험한 순간입니다. 애벌레 시절에는 잎사귀를 갉아먹으며 활발하게 움직일 수도 있고, 천적을 만나면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냄새뿔'이라도 내밀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번데기가 되면 딱딱한 껍질 속에 갇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완전한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이 시기에는 새나 다른 곤충들의 눈에 띄는 순간, 속수무책으로 잡아먹힐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호랑나비는 자신의 운명을 건 마지막 변신을 하기 전, 아주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바로 "나는 어디에 숨어야 가장 안전할까?" 하는 것이죠.
주변 환경을 읽는 놀라운 능력
호랑나비 애벌레는 번데기가 될 장소를 정할 때, 주변의 색깔과 질감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파악합니다. 만약 자신이 초록색 잎이 무성한 풀숲이나 나뭇잎 뒷면에 자리를 잡았다면, 애벌레는 자신의 몸을 주변과 똑같은 '녹색'으로 바꾸어 천적의 눈을 속이는 것이 가장 유리한 생존 전략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립니다.
반면에, 주변이 온통 마른 나뭇가지나 흙으로 된 벽, 갈색 나무 기둥뿐인 곳에 자리를 잡았다면 어떨까요? 이곳에서 튀는 녹색으로 변하는 것은 "나 여기 있으니 잡아 잡수시오" 하고 광고하는 꼴이 될 겁니다. 이때 애벌레는 주변 환경에 맞춰 자신의 몸을 마른 나뭇가지나 흙덩이처럼 보이는 '갈색'으로 바꾸는 영리한 선택을 합니다.
색깔을 결정하는 순간
그렇다면 애벌레는 어떻게 자신의 색을 결정할까요?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애벌레는 번데기가 되기 직전, 몸을 고정시키고 실을 토해낼 때 주변의 표면 질감(매끄러운가, 거친가)과 빛의 양, 색깔 등을 종합적으로 감지한다고 합니다.
이때 감지한 정보를 바탕으로 몸속의 호르몬을 조절하여, 녹색 색소를 많이 만들지 혹은 갈색 색소를 많이 만들지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즉, 애벌레는 마지막 허물을 벗기 바로 그 순간까지 주변 환경을 스캔하고, 자신의 생존 확률을 가장 높일 수 있는 최고의 보호색을 스스로 선택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셈입니다.
계절에 따른 지혜로운 선택
이러한 능력은 계절의 변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보통 초여름에 번데기가 되는 '여름형' 호랑나비들은 주변이 온통 푸른 잎사귀로 가득하기 때문에 대부분 '녹색 번데기'가 됩니다. 이들은 약 2주 정도의 짧은 번데기 기간을 거쳐 여름에 바로 나비로 태어납니다.
하지만 늦가을에 번데기가 되어 겨울을 나야 하는 '월동형' 호랑나비들은 상황이 다릅니다. 이들은 겨울 동안 잎이 모두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나 처마 밑에서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합니다. 이때 눈에 띄는 녹색보다는, 마른 가지나 흙과 구별하기 힘든 '갈색 번데기'가 되는 것이 생존에 훨씬 유리하겠죠. 이처럼 호랑나비는 계절의 변화까지 읽고 자신의 모습을 바꾸는 지혜로운 곤충입니다.
자연의 위대한 마술사
결국, 호랑나비 번데기의 두 가지 색깔은 성별의 차이도, 먹이의 차이도 아닌, 오직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주변 환경에 완벽하게 녹아들어 천적의 눈을 피하려는, 자연의 가장 위대하고 경이로운 위장술인 셈이죠.
이제부터 여러분이 숲이나 공원에서 호랑나비 번데기를 발견한다면, 그 색깔을 유심히 관찰해 보세요. 만약 녹색 번데기를 보았다면 "아, 너는 푸른 잎사귀 뒤에 숨는 길을 선택했구나!" 하고, 갈색 번데기를 보았다면 "너는 앙상한 나뭇가지와 하나가 되어 겨울을 나려는구나!" 하고 그들의 지혜로운 선택을 읽어낼 수 있을 겁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번데기의 색깔을 제가 바꿀 수도 있나요?
A. 인위적으로 바꾸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색깔은 번데기가 되기 직전, 애벌레가 장소를 정하는 그 순간의 환경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일단 번데기가 되고 나면 색깔은 더 이상 변하지 않습니다.
Q. 갈색 번데기는 죽은 건가요?
A. 아닙니다. 갈색은 죽거나 썩은 것이 아니라, 마른 나뭇가지처럼 보이기 위한 완벽한 위장색입니다. 번데기를 가볍게 건드려보았을 때 꿈틀하고 움직인다면, 그 안에서 나비가 될 준비를 하고 있는 건강한 상태입니다.
Q. 호랑나비 애벌레는 어떤 잎을 먹나요?
A. 호랑나비 애벌레는 아주 까다로운 편식가입니다. 산초나무, 초피나무, 귤나무, 탱자나무 같은 운향과 식물의 잎만 먹고 자랍니다. 그래서 어미 나비는 알을 낳을 때 반드시 이 나무들을 찾아 그 위에 알을 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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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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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데기의 색깔 차이는 주변 환경에 따른 보호색이며, 천적인 새와 곤충으로부터 자신을 숨기는 전략입니다. - Papilio xuthus - 호랑나비 - pictureinsect
호랑나비 번데기는 갈색과 녹색 변이가 있어 자연 속에서 숨기기 위한 보호색 역할을 수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