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엥-" 귓가를 맴도는 소름 끼치는 소리. 한여름 불청객인 모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것도 모자라, 요즘은 대낮에도 검은 몸에 흰 줄무늬를 새긴 '아디다스 모기'가 극성을 부립니다. 이 녀석들에게 한 번 물리면 가려움이 유독 심하고 오래가서, "대체 이 모기는 정체가 뭐야?" 하는 생각, 다들 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를 이토록 괴롭히는 모기들이 모두 똑같은 흡혈귀는 아니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여러분의 피를 노리는 범인은 100% '암컷'입니다. 수컷은 오히려 꽃을 찾아다니는 평화로운 채식주의자죠. 오늘, 이 지긋지긋한 흡혈의 비밀과, 피 빠는 범인을 한눈에 알아보는 놀라운 구별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결정적인 단서, '더듬이'를 보라
모기의 성별을 구분하는 가장 쉽고 확실한 첫 번째 단서는 바로 '더듬이'의 모양입니다. 물론 윙윙거리는 모기를 잡아놓고 더듬이를 볼 여유가 없을 수도 있지만, 우연히 방충망에 앉아있는 모기를 발견했다면 자세히 한번 살펴보세요. '수컷' 모기의 더듬이는 마치 풍성한 먼지떨이나 새의 깃털처럼, 아주 촘촘하고 수북한 털이 나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 피를 빠는 '암컷'의 더듬이는 털이 거의 없어, 마치 가느다란 실이나 바늘처럼 밋밋하고 단순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더듬이의 모양이 화려하고 풍성하다면 그 녀석은 우리를 물지 않는 수컷이니, 조금은 안심하고 보내주셔도 괜찮습니다.
주둥이의 비밀, 무기가 다르다
더듬이 모양이 다른 이유는 이들의 역할과 생활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더 확실한 증거는 바로 '주둥이(입)'에 있습니다. '암컷' 모기의 주둥이는 우리의 피부를 뚫고 피를 빨아들일 수 있도록, 아주 날카롭고 단단한 '주삿바늘'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수컷' 모기의 주둥이는 이러한 침 구조가 거의 퇴화되어 아주 약하고 짧습니다. 사람의 피부를 뚫는 것은 고사하고, 오직 꽃의 꿀이나 나무의 수액을 빨아 먹을 수 있을 정도로만 발달해 있죠. 즉, 수컷은 우리를 물고 싶어도 물 수 있는 무기 자체가 없는 셈입니다. 우리를 괴롭힐 능력을 가진 범인은 오직 암컷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를 빠는 진짜 이유, '엄마의 숙명'
그렇다면 암컷은 왜 그토록 필사적으로 우리의 피를 찾아다니는 걸까요? 혹시 피가 맛있어서, 혹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고 생각하셨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사실 암컷 모기 역시 평소에는 수컷처럼 꽃의 꿀을 먹으며 에너지를 얻습니다.
암컷이 피를 찾는 유일한 이유는 바로 '알을 낳기 위해서'입니다. 동물의 피 속에는 알을 성숙시키는 데 필수적인 단백질과 철분 같은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있습니다. 즉, 암컷 모기에게 흡혈은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건강한 다음 세대를 남기기 위한 '엄마의 숙명'과도 같은, 아주 절박한 생존 본능인 셈입니다.
생활 방식의 차이, 만나는 장소가 다르다
이처럼 먹이가 다르니, 당연히 암수가 주로 활동하는 장소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수컷'은 짝짓기 시기를 제외하고는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동물이나 사람 근처로 올 이유가 없습니다. 이들은 주로 꽃이나 나무가 많은 공원, 숲속에서 조용히 꿀을 빨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알을 낳아야 하는 '암컷'은 자신의 목표물, 즉 사람이나 동물이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체취를 감지하고 끊임없이 우리 주변을 맴돌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 집 방 안에서, 혹은 내 팔에 앉아있는 모기를 발견했다면, 그 녀석은 100% 우리의 피를 노리는 임무를 띤 암컷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흰줄숲모기, 유독 더 성가신 이유
우리가 '아디다스 모기'라고 부르는 흰줄숲모기가 유독 더 밉살스러운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이들은 다른 모기들과 달리 주로 '낮'에 활동합니다. 밤뿐만 아니라 대낮에도 우리를 괴롭히니 더 성가실 수밖에 없죠.
둘째, 한 번에 만족하지 않고 여러 번 무는 습성이 있어, 한 사람이 여러 군데 물리거나 주변 사람들을 차례로 공격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위험한 점은, 이들이 '뎅기열'이나 '지카 바이러스' 같은 무서운 감염병을 옮기는 매개체라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 모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는 것이 질병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에엥-" 하는 소리는 암컷만 내나요?
A. 아니요, 소리는 암수 모두 날갯짓으로 내지만, 보통 암컷의 날갯짓이 더 빨라 높은 톤의 소리를 냅니다. 수컷의 풍성한 더듬이는 바로 이 암컷의 미세한 날갯짓 소리(주파수)를 감지하여 짝을 찾기 위한 '레이더' 역할을 합니다.
Q. 모기에 물리면 왜 이렇게 가려운 건가요?
A. 가려움증은 모기의 침 때문이 아니라, 모기가 피를 빨 때 혈액이 굳지 않도록 주입하는 자신의 '침(타액)' 때문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이 외부 물질(침)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면서, 가려움을 유발하는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을 분비하는 것입니다.
Q. 모기를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인가요?
A. 모기는 고인 물에 알을 낳습니다. 따라서 집 주변의 화분 받침이나 폐타이어, 막힌 배수구 등 물이 고일 수 있는 모든 환경을 제거하는 것이 모기의 서식지 자체를 없애는 가장 근본적이고 확실한 해결책입니다.
흰줄숲모기 vs 일반 집모기, 1분 만에 구별하는 결정적 차이점과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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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 한여름 밤의 불청객, 모기. 잠 못 이루게 하는 소음과 가려움은 여름이면 겪는 당연한 고통이라고 생각하셨나요? 하지만 당신을 괴롭히는 모기가 모두 똑같은 '그 모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ths.sstory.kr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수컷모기도 사람 피 빨 수 있는건가요? - A-HA
수컷 모기는 구조적으로 피를 빨지 못하며, 꽃의 꿀이나 식물 수액을 먹고 사는 반면, 피를 빠는 것은 암컷 모기만의 특징입니다. - [영상] 수컷 모기도 인간한테 끌려…피 말고 '사랑' 때문 - 한겨레
흰줄숲모기 수컷도 사람 주변에 모이는데, 이는 피가 아닌 짝짓기 기회 확보를 위한 행동이며, 암컷만이 실제로 흡혈합니다. - 모기 - 나무위키
암수 구별은 주로 더듬이와 크기 차이로 가능하며, 암컷만 산란을 위해 피를 빨고 수컷은 식물성 액체를 먹습니다. - 세균 가진 수컷, 암컷 번식 차단 - 이코노미 인사이트
흰줄숲모기 수컷은 꿀과 식물 즙을 먹으며, 암컷만 피를 빨고 짝짓기 후 산란을 위해 단백질이 필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 뎅기열·지카 옮기는 흰줄숲모기 박멸 새 퇴치법 개발 - 연합뉴스
과학자들은 암컷 모기만 골라내 퇴치하기 위해 암수 구분 기술을 연구 중이며, 암컷 모기가 피를 빨아 전염병 매개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