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무성한 풀숲을 헤치며 등산을 하거나, 추석을 앞두고 조상의 묘를 돌보는 벌초 작업을 할 때, 갑자기 발밑에서 수십 마리의 벌떼가 튀어나와 다리를 집중 공격하는 끔찍한 상상.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죠. 바로 땅속에 숨어있는 암살자, ‘땅벌’의 습격입니다.
“꿀벌보다 아플까? 장수말벌만큼은 아니겠지?” 이 보이지 않는 위협 앞에서 그 고통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한 마음에 이 글을 찾아오셨을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땅벌 한 마리의 침은 꿀벌보다 훨씬 아프지만 장수말벌보다는 덜합니다. 하지만 진짜 공포는 한 마리가 아닌, 수십 마리의 ‘집단 공격’에 있으며, 이 때문에 체감 고통은 장수말벌 못지않은 최악의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벌침 고통의 기준, 슈미트 고통 지수
벌침의 아픔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재미있는 기준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곤충학자 저스틴 슈미트가 전 세계의 온갖 곤충에게 직접 쏘여보고 고통의 단계를 1에서 4까지로 매긴 ‘슈미트 침 고통 지수(Schmidt Sting Pain Index)’입니다. 이 지수는 단순히 ‘아프다’는 느낌을 넘어, 그 고통의 종류를 시적으로 묘사하여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이 지수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아는 ‘꿀벌’의 고통은 2단계로 “성냥 머리가 팔에 불이 붙어 타들어가는 느낌”이라고 표현됩니다. 그렇다면 땅벌은 과연 몇 단계일까요? 이 기준을 통해 땅벌의 공격력을 객관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땅벌, 고통 지수 2단계의 강력함
슈미트 지수에서 우리가 ‘땅벌’이라고 부르는 털보말벌이나 땅벌류는 대부분 2단계에 속합니다. 슈미트는 이들의 침을 “기름 튀는 프라이팬에 손가락을 담갔다가 꺼낸 것처럼 뜨겁고 거친 느낌”이라고 묘사했습니다. 이는 꿀벌과 같은 등급이지만, 고통의 성격이 조금 더 날카롭고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장수말벌이 4단계 중에서도 최상위권인 ‘총알개미’와 비견될 정도의 극심한 고통을 주는 것에 비하면, 땅벌 한 마리의 공격력은 그보다는 한 수 아래인 셈입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땅벌의 진짜 무서움은 한 방의 파괴력이 아닌, 끈질긴 집단 공격에 있기 때문입니다.
한 마리가 아닌, 수십 마리의 집단 공격
땅벌이 장수말벌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위험한 이유는 바로 이들의 ‘방어 방식’ 때문입니다. 장수말벌은 주로 나무 위에 집을 지어 눈에 잘 띄지만, 땅벌은 이름 그대로 땅속에 집을 지어 우리가 그 존재를 미리 알아차리기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내딛는 발걸음이나 예초기의 진동은, 땅벌들에게는 자신들의 왕국을 파괴하려는 거인의 침공으로 느껴집니다. 위협을 느낀 땅벌들은 페로몬 경보를 울려 수십, 수백 마리의 병사들을 일제히 출격시켜 침입자를 집중 공격합니다. 꿀벌처럼 침을 쏘고 죽는 것이 아니라, 한 마리가 여러 번 반복해서 쏠 수 있기 때문에, 순식간에 수십 방의 침을 맞게 되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위험, 예방이 최선
이처럼 땅벌의 공격은 예측이 불가능하고 집단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른 어떤 벌보다도 ‘예방’이 중요합니다. 야외 활동 시에는 이 보이지 않는 시한폭탄을 피하기 위한 몇 가지 수칙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지정된 등산로를 벗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벌초나 산나물 채취처럼 부득이하게 풀숲에 들어가야 할 때는, 들어가기 전에 긴 막대기 등으로 풀숲을 가볍게 두드려 벌집이 있는지 미리 확인하는 ‘사전 정찰’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벌들이 분주하게 드나드는 흙구멍이 보인다면, 그곳이 바로 지하 벙커의 입구이므로 즉시 그 자리를 크게 우회해야 합니다.
쏘였을 때, 가장 현명한 대처법
만약 운 나쁘게 땅벌의 공격을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황해서 그 자리에 주저앉거나 팔을 휘저으며 저항하는 것은 최악의 선택입니다. 이는 다른 벌들을 더욱 자극하여 공격을 부추길 뿐입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즉시 그 자리에서 최소 20~30미터 이상 빠르게 벗어나는 것입니다. 벌들은 자신의 집 주변을 벗어나 멀리까지 쫓아오지는 않기 때문에, 공격 범위에서 최대한 빨리 이탈하는 것이 추가 피해를 막는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안전한 곳으로 피한 뒤에는, 쏘인 부위를 확인하고 응급처치를 시작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땅벌에 쏘였을 때 응급처치는 어떻게 하나요?
A. 먼저 신용카드 같은 것으로 피부를 밀어내듯 벌침이 남아있는지 확인하고 제거합니다(말벌류는 침이 잘 남지 않음). 그 후, 쏘인 부위를 깨끗한 물과 비누로 씻어 2차 감염을 막고, 냉찜질로 붓기와 통증을 가라앉혀 주세요. 통증이 심하면 진통제를 복용하고, 즉시 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Q. 땅벌과 장수말벌은 어떻게 다른가요?
A. 장수말벌은 몸길이가 4~5cm에 달하는 국내 최대 크기의 벌로, 머리가 크고 노란빛을 띱니다. 반면, 땅벌(털보말벌 등)은 몸길이가 2cm 내외로 더 작고, 몸에 노란 털이 많으며 전체적으로 검은빛이 더 강하게 돕니다.
Q. 쏘인 후 어지럽고 숨이 가빠요.
A. 이는 벌독 알레르기로 인한 ‘아나필락시스 쇼크’의 초기 증상일 수 있는 매우 위급한 상황입니다.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하여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이 경우, 단 몇 분의 시간이 생사를 가를 수 있습니다.
땅벌 vs 장수말벌 vs 꿀벌, 쏘였을 때 가장 위험한 벌은?
땅벌 vs 장수말벌 vs 꿀벌, 쏘였을 때 가장 위험한 벌은?
가을철 등산이나 벌초 중 예초기 소리에 놀라 땅속에서 벌 떼가 ‘와-’ 하고 쏟아져 나오는 끔찍한 상상.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죠. 우리는 흔히 ‘벌에 쏘였다’고 뭉뚱그려 말하지만,
ths.sstory.kr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벌에 어느 부위를 쏘이면 가장 아플까 - 동아사이언스
벌에 쏘였을 때 부위별 통증 지수를 과학적으로 분류한 내용으로, 땅벌이 포함된 여러 벌의 고통 정도를 비교합니다. - 벌에 쏘였을때 고통지수는? 美학생의 눈물나는 논문 - 나우뉴스
벌에 쏘인 부위에 따른 통증 점수를 기록한 연구로, 콧구멍이 가장 아픈 부위로 나타났으며 땅벌 쏘임의 고통 정도도 소개합니다. - 벌에 어느 부위를 쏘이면 가장 아플까 - Daum 뉴스
곤충학자가 만든 통증지수와 고통 정도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며, 땅벌의 쏘임이 미치는 통증 수준을 과학적 근거로 제공합니다. - 슈미트 자상 통증 지수 - 나무위키
곤충 쏘임의 고통을 0에서 4단계로 분류한 통증지수로, 땅벌 포함 다양한 벌 침의 아픔 정도를 숫자와 설명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벌레독침 고통순위 TOP10 - 다나와 DPG
전 세계 곤충 침 통증을 순위별로 정리하여 땅벌의 쏘임이 어느 정도 고통을 주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