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맹렬했던 "맴맴" 합창이 잦아들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때쯤. 어김없이 우리의 저녁을 채우는 또 다른 소리가 있습니다. 바로 "쓰으으으- 름, 쓰으으으- 름" 하고 어딘가 애처롭게 들려오는 '쓰름매미'의 노랫소리죠.
이 끝없이 이어지는 소리에 "이제 좀 조용해지나 했더니, 이번엔 또 무슨 소리야?" 하며 잠 못 이루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소리는 여름의 끝자락을 알리는 '마지막 연주회'이자, 아주 짧은 시간만 허락된 '애절한 사랑 노래'입니다. 오늘, 이 저녁의 연주가가 누구이며, 왜 이토록 서글프게 노래하는지 그 비밀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저녁 연주회의 주인공, '쓰름매미'
우리가 한여름에 듣는 우렁찬 소리의 주인공은 주로 '참매미'입니다. 하지만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등장하는 이 저녁의 연주가는 바로 '쓰름매미', 혹은 '애매미'라고 불리는 친구입니다. 이 매미는 이름부터 그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쓰으으으- 름" 하고 우는소리가 마치 '쓰름'처럼 들린다고 해서 '쓰름매미'라는 이름이 붙었죠.
또 다른 이름인 애매미의 '애(哀)'는 '슬플 애' 자를 씁니다. 즉, '슬프게 우는 매미'라는 뜻입니다. 옛사람들은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가을이 다가오는 이 시기에 들려오는 이 소리가, 마치 지나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며 구슬프게 우는 것처럼 들렸던 것입니다. 이처럼 이 녀석의 이름은 울음소리의 특징과 그 소리가 주는 감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토록 애처롭게 우는 진짜 이유
그렇다면 이 작은 여름 가수는 왜 이토록 밤새도록 지치지도 않고 노래를 부르는 걸까요? 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랑'과 '생존' 때문입니다. 우리가 듣는 이 모든 소리는 오직 '수컷'만이 낼 수 있는 '세레나데'입니다. 어둠 속에 숨어있는 암컷에게 "내가 여기 있어요!", "내가 가장 건강한 신랑감이랍니다!" 하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죠.
수년간의 어두운 땅속 생활을 마치고 세상 밖으로 나온 이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고작 2~3주에 불과합니다. 이 짧은 시간 안에 짝을 찾아 다음 세대를 남겨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죠. 이들의 노래가 그토록 처절하고 시끄럽게 들리는 이유는, 바로 이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워야 하는 슬픈 운명 때문입니다.
왜 하필 저녁에 더 시끄러울까?
쓰름매미의 연주가 유독 해 질 녘부터 밤까지 더 시끄럽게 느껴지는 데에는 몇 가지 과학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경쟁'을 피하기 위함입니다. 한낮에는 아직 활동하는 참매미나 말매미 같은 덩치 큰 라이벌들의 우렁찬 소리에 자신의 목소리가 묻힐 수 있습니다. 비교적 조용한 저녁은 자신의 세레나데를 암컷에게 더 선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황금 시간대'인 셈이죠.
둘째는 '온도'입니다. 변온동물인 매미는 너무 뜨거운 한낮보다는, 열기가 식은 저녁 시간에 활동하기에 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변이 조용해지면서 이들의 소리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들리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 모든 조건이 어우러져, 우리의 저녁을 가득 채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소리 언제까지 계속될까?
"알겠다, 그런데 이 소음 대체 언제 끝나는 거죠?"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일 겁니다. 다행히 이 저녁의 연주회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쓰름매미는 보통 8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여, 9월에 가장 왕성하게 웁니다.
그리고 기온이 점차 떨어지면서 그 수가 서서히 줄어들다가, 찬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10월 중순쯤이면 대부분의 개체가 자연스럽게 생을 마감하며 소리도 잦아들게 됩니다. 즉, 이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는 자연의 신호이며, 머지않아 고요한 가을밤이 찾아올 것이라는 예고이기도 합니다.
소음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사실 이들의 노랫소리를 완전히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오히려 이들의 존재는 우리 주변의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하죠. 하지만 밤의 소음이 너무 힘드시다면, 몇 가지 현실적인 해결책을 시도해 볼 수는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창문을 닫는 것입니다. 그리고 의외의 꿀팁은 바로 '조명의 색'을 바꾸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날벌레들은 백색이나 청색 계열의 밝은 빛(주광색)에 더 강하게 이끌립니다. 따라서 베란다나 현관의 조명을 노란빛이 도는 '전구색' 조명으로 바꾸어주면, 매미를 포함한 날벌레들이 집 주변으로 덜 모여드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쓰름매미도 사람을 물거나 해를 끼치나요?
A. 아니요, 전혀 해롭지 않습니다. 매미의 입은 나무 수액을 빨아 먹기 위한 '주사기' 형태일 뿐, 사람을 물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질병을 옮기지도 않는, 우리에게는 무해한 곤충입니다.
Q. 소리를 내는 건 암수 모두인가요?
A. 아닙니다. 우리가 듣는 우렁찬 소리는 모두 수컷이 내는 것입니다. 수컷은 배에 있는 특별한 발음 기관을 이용해 소리를 내며 암컷을 유혹합니다. 암컷은 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Q. 왜 어떤 해는 유독 매미가 더 시끄럽게 느껴질까요?
A. 이는 매미의 생애 주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매미는 종에 따라 5~7년 이상을 땅속에서 애벌레로 지내다가 한꺼번에 성충이 되어 나옵니다. 특정 해에 기온이나 환경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더 많은 수의 애벌레가 동시에 성충이 되어 나오면서 그 해 여름이 유독 시끄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쓰름매미 생태와 특징 총정리, 다른 매미와 구별되는 외형적 차이
쓰름매미 생태와 특징 총정리, 다른 매미와 구별되는 외형적 차이
"맴~ 맴~" 우렁찬 합창으로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참매미의 시대가 오기 전, 숲속에서는 전혀 다른 가수의 조용한 콘서트가 먼저 시작됩니다. 바로 "쓰르르르르..." 하고 가늘고 높게, 마치 낚싯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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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매미소리의 비밀, 가장 늦게 우는 매미 늦털매미…시간마다 다르다 - 국제신문
쓰름매미는 여름철 저녁에 주로 울며, 5월부터 11월까지 한국 매미 중 다양한 종들이 각각 시간대별로 울음소리를 냅니다. - 토종 매미 12종의 소리에 담긴 비밀 아시나요? - KBS 뉴스
쓰름매미는 숲이 울창한 지역에서 주로 관찰되며, 저녁 시간대에 시끄러운 울음으로 특징적입니다. - 쓰름매미 - 나무위키
쓰름매미는 도시보다는 숲이 있는 공원이나 습지에서 자주 들리며, 저녁에 울음 소리를 내는 매미로 알려져 있습니다. - 매미마다 우는 시간 달라…도심서 새벽에 우는 매미는? - YTN
매미는 종에 따라 우는 시간이 다르며, 쓰름매미는 주로 여름 저녁에 울고 11월까지도 관찰됩니다.